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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기현의 택견이야기 열] 택견에 가치는 있는가

결련택견협회
2020-06-05 15:27 | 1,371

결련택견 상상도. 승부가 결정되면 풍물패가 나와 흥을 돋운다

 

요즘 들어 택견을 단순한 발차기 놀이라든가 하층민의 비천한 문화라고 하는 등 이런저런 이유를 들면서 비하하는 사람들이 생겨 안타깝다. 무엇보다도 속이 상하는 것은 우리국민 스스로가 우리문화를 비하한다는 것이다. ‘발레’를 한다고 ‘탈춤’을 우습게보거나 ‘바이올린’을 켠다고 ‘해금’을 비하하는 것을 본적이 없는데, 왜 유독 무술계에서만 다른 무예를 한다고 우리무예를 배척하려는지 정말 속이 상하다. 자신이 수련하는 무예나 취향에 상관없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우리문화의 일부인 택견을 소중히 생각해 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필자는 택견이 단순히 우리민족의 전통문화라서 무조건 소중하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택견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대단한 가치와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소중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택견의 가치는 무엇일까? 필자는 택견의 문화적 가치를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가장 먼저 택견은 순수한 우리몸짓으로 행해지는 무예라는 점이다. ‘택견이야기-둘’에서 밝혔듯이 택견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아주 독특한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 이건 어떤 특수한 동작이 아니라 우리민족의 보편적인 움직임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는 아주 독특한 몸짓이 된다는 것이다.

품밟기에서 나오는 오금질(무릎의 연속적인 굴신운동)에 의한 굼실거림이나 흐느적거리는 듯한 활갯짓(팔 움직임) 등 마치 탈춤에서나 나올만한 우리민족의 몸짓으로 공방(攻防)이 가능한 맨손무예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택견의 가치는 대단한 것이다.

두 번째로 택견은 무슨 연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주로 마을 간의 단체전(結連택견)으로 실시되었다. 젊은 택견꾼들이 모여 같이 연습하고 마을의 명예를 걸고 한바탕 겨루는 팀워크 위주의 겨루기 경기다. 또한 관중과 선수가 분리되지 않아 서로 입담을 나누며 응원을 펼치기도 하고, 서로 돌아가면서 심판을 보는 등 다함께 하는 잔치적인 경기이다.

그러므로 택견은 개인의 심신수련은 물론이고 마을의 단결력을 이끌어내고 경기를 치룬 마을과도 소통이 되는 대동단결(大同團結)의 문화이다. 택견은 필자가 알고 있기로는 아마도 세계 유일의 단체전 격투기 경기로써 큰 가치가 있다 하겠다.

세 번째로 택견만의 기발한 경기규칙이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택견이야기-여섯’에서 가마니 두 장 위에서도 경기를 할 수 있다고 했더니 그럼 ‘가마니가 없으면 어떻게 하냐?’부터 시작해서 가마니 크기를 두고 난리가 아니다. 꼭 가마니를 깔고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 정도의 면적 안에서도 경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공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일정하게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게 하여 발로 차고 밀거나 걸어 넘기는 등의 여러 가지 다양한 발기술을 사용 가능케 하면서도 부상을 방지하는 탁월한 효과가 있는 방법이었다는 것이다. 간단한 경기규칙 하나에서도 선조들의 대단한 슬기를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네 번째로 이긴 사람은 계속해서 경기에 임하는 연승제(連勝制)라는 독특한 경기방식이다. 보통의 격투기 경기규칙은 개인전으로 1:1 경기방식을 통해 계단식(tournament)으로 최종 승자가 결정되어 경기자의 실력이 서열적으로 평가된다. 가끔은 운에 의해 승자가 될 수도 있고 패자도 될 수 있는데 승패가 분명해 승자에게는 우월감을, 패자에게는 굴욕감을 주게 된다. 이런 방식에서 두려움과 증오와 반칙에의 욕구가 생겨날 수 있다.

그런데 ‘결련택견’은 승자가 계속 경기를 함으로써 개인의 역량이 집단이 승리하는데 얼마나 기여하는가를 분명히 볼 수 있어 에이스를 쉽게 알 수 있으나 그 영웅도 여러 번의 경기에서 결국은 패함으로 기량은 분명하지만 최강자라는 타이틀이 분명하지 않다. 이런 점에서 연승제 방식은 민주적이며 비경쟁적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능력은 평가되지만 그것이 각 선수에게 우열감을 주지 않는 경기규칙이 모든 사람에게 인격적 평등을 바라는 우리민족의 특유함이 아닐까?! 특히 출전차례가 정해져 있지 않아 팀의 필요에 따라 강한 사람과 때로는 약한 사람과도 붙을 수 있으니 승자와 패자가 우열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팀을 위한 평등의 희생이기도 하다. 더욱이 정해져 있지 않은 출전차례는 어느 선수를 언제 출전시키느냐 하는 작전구사력으로 더욱 경기를 흥미롭게 한다. 이것이야말로 어느 나라도 생각하지 못했던 택견만의 탁월한 경기방식이다.

끝으로 다른 무예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택견의 풍류성이다. 대부분의 무예가 심각성과 비장함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택견은 싸우더라도 상대에게 큰 부상을 주지 않게 제압을 하고 경기가 끝난 후에는 승부의 결과를 떠나 다함께 즐기기 때문에 택견판은 싸우려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하나 되는 잔치를 벌이려 나온 것이다. 경기 중에 풍물에 맞춰 신명나는 본때를 보여 흥을 돋우며 싸우기 보다는 겨루면서 즐기는 무예이니 이야말로 21세기적인 상생의 무예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필자가 간단하게 택견의 문화적인 가치를 피력해 보았다. 이것들은 택견이 무예인가 놀이인가 또는 무예적으로 얼마만큼 강한가, 약한가를 떠나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하고 뛰어난 문화유산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겠다. 택견은 그 독창성과 탁월함으로 우리민족은 물론이고 세계인들도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인류 전체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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